[심층진단] ‘안전’과 ‘상생’ 사이… 살생물제 전환 정책에 중소화학업체 ‘줄도산 위기’

복지부에서 환경부로 주무 부처 변경되며 ‘재인증’ 부담… 수억 원대 비용에 영세업체 탄식

- 기후에너지환경부, 안전확인대상 생활화학제품의 살생물물질 전환 시행 / “국민 안전 위해 가야 할 길이지만, 상생 없는 규제는 산업 생태계 파괴” 우려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지만, 정작 현장의 중소 화학제품 업체들은 감당하기 힘든 비용 부담으로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화학물질안전원)가 시행 중인 ‘안전확인대상 생활화학제품의 살생물물질 전환’ 정책이 그 진원지다.

■ 주무 부처 바뀌자 ‘인증 지옥’… “중소기업은 죽으란 소리냐”

정부는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존에 관리되던 살균제, 살충제, 기피제 등의 제품을 2026년 1월 1일부터 ‘살생물제품’으로 관리 전환했다. 이에 따라 해당 제품을 제조·수입하는 업체들은 2026년 3월 31일까지 제품 취하 신청을 완료하고 새로운 기준에 따른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절차의 벽’이다. 기존에 보건복지부(식약처) 기준에 맞춰 인증을 받았던 업체들이 주무 부처가 환경부로 바뀌면서 다시 수억 원대에 달하는 시험 검사와 인증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제품 하나당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억 단위의 인증 비용이 들어가는데, 영세한 업체들이 이를 감당하기란 불가능하다”며 “안전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바뀌면서 생긴 추가 부담을 기업에만 전가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토로했다.

 

■ “취하 안 하면 불법제품” 공문에… 퇴로 없는 벼랑 끝 행정

화학물질안전원은 안내문을 통해 “기한 내 제품 취하 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직권취하 처리 후 사후관리 대상의 불법제품으로 관리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사실상 기존 제품의 판매를 중단하고 새로 인증을 받으라는 최후통첩이다.

정부는 제품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세심한 배려가 부족한 행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안전 기준이 강화된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기술적 지원이나 비용 보조 없이 규제만 강화하는 것은 중소기업의 도산을 방관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 ‘안전’과 ‘상생’의 황금비율 찾아야

이번 사태의 핵심은 ‘속도 조절’과 ‘지원책 병행’이다. 핀란드가 노키아 사태 이후 강력한 환경 규제를 도입하면서도 중소기업의 기술 전환을 국가 차원에서 전폭 지원했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구자열 원주시장 예비후보가 ‘첨단원주’ 비전에서 의료AI 특구 등 첨단 산업을 강조하면서도 소상공인과 상생하는 ‘매력원주’ 전략을 내놓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삼척시장 예비후보 김동완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상임감사 시절 강조했던 ‘청렴과 공정’의 가치는 행정의 문턱에서 고통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정부는 공포 마케팅식 공문을 보낼 것이 아니라, 인증 비용 저리 융자나 공동 인증 컨소시엄 구성 등 중소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실질적인 퇴로를 마련해야 한다.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하는 규제가 기업의 무덤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한국소통투데이 양호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