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통투데이 관리자 기자 | 더 나은 삶을 위해 전 생애에 걸쳐 이루어지는 평생교육의 개념이 확산하면서 교육에 있어 지역의 역할이 높아지고 있다. 학교와 마을의 경계를 지우고 배움과 실천을 함께 고민하는 마을교육이 바로 그것이다.
시흥시는 지난 2007년 하중동 ‘참이슬아파트’를 시작으로 평생학습마을을 운영하며 공동체를 강화하고 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누구나 지역에서 배우고, 마을은 사람과 함께 성장하는 시흥시 마을학습을 살펴본다.
공간과 사람과 문화, 시흥평생학습마을에 있는 세 가지
대야동에 있는 시흥순환가게re100에서는 재활용품을 가져가면 그 무게에 따라 지역화폐를 받을 수 있다. 매주 토요일 수거가 진행되는데 플라스틱과 캔, 우유팩 같은 재활용품을 깨끗하게 분리 배출하는 방법까지 배울 수 있다. 이 가게는 시흥시 대야동 댓골마을학교가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주민들이 직접 학습모임을 통해 마을의 문제와 적용할 다양한 사업을 찾고 고민한 결과다.
시흥시에는 현재 댓골마을학교를 포함해 11개의 평생학습마을이 운영 중이다. 각 마을학교는 교육 프로그램과 공동체 활동, 조직의 운영방식까지 구성원인 마을주민이 직접 논의해 결정한다. 독서부터 자격증 교육까지 학교별로 프로그램은 천차만별이지만, 이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특징은 주민의 주체성이 조직을 움직인다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구성원과 지역의 성장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순환가게를 운영하는 댓골마을학교는 ‘환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은 지난 한 해 자원순환그린리더를 양성하고 자원순환 골목축제를 개최하며 환경에 대한 관심도를 높여냈다.
이 외에도 내 이야기, 나의 고민에서 출발하는 학습모임, 책읽기 모임, 문화예술 모임 등 소통과 공감 속에서 이뤄지는 공동체 활동을 통해 사람이 성장하고 지역이 발전하는 선순환을 이루고 있다.
시 전역에서 주민들의 열정으로 뿌려진 평생학습의 씨앗을 다양한 성과를 거두며 쑥쑥 자라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댓골마을학교가 제3회 경기도평생학습대상에서 기관ㆍ단체부문 대상을 수상했고, 시흥형 평생학습마을 만들기는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ESD)프로젝트 인증을 받았다.
마을학교, 아이들을 비춰내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또 아이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다. 시흥시 마을학교는 학교가 끝난 아이들을 돌보고, 인적자원을 통해 아이들에게 다양한 체험과 교육을 제공하며 아이들을 길러내고 있다.
달빛포구 마을학교는 지난 2014년 월곶동 주민들이 ‘품앗이 교육’을 목적으로 학습동아리를 개설하며 시작됐다. 2018년 학교를 개소하고 마을활동가 20명과 자문위원단 10명이 마을에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달빛포구 마을학교의 힘은 엄마들에 있다. 아이들이 고학년이 되면 이사를 가는 등 정주의식이 낮은 지역적 특성에 안타까운 마음을 품은 엄마들이 교육환경을 바꾸기 위해 모여 만들었다. 이들 스스로가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지역의 교육환경 문제점을 개선하고 변화와 개혁을 이뤄내고자 활동하고 있다.
엄마들의 시각으로 마을을 바라보니 보이는 것이 있었다. 돌봄이다. 이들은 워킹맘들이 마음 놓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 도움을 주자는 목표 아래 지역 솔빛교회 교실을 빌려 돌봄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단순히 아이들을 돌보는 개념을 넘어 지역을 가르치고 따뜻한 마음으로 성장하게 하는 마을교육을 진행했다. 학교별로 프로그램도 특색이 있다. 목감동의 네이처하임 마을학교는 유치부를 위한 토탈공예 프로그램,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한 주산암산 프로그램과 사고력 그림책, 사고력 역사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어린아이들의 올바른 성장을 돕고 있다.
학교에서 할 수 없는 경험도 마을학교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것들이다. 시화호를 걸으며 환경복원의 과정을 눈으로 보고 느껴보거나, 마을의 문제를 고민해보고 해결방안을 기획하는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전인적인 능력을 기르는 진짜 교육을 만나고 있다.
서울대 첨단융합학부 편정윤 학생 “마을학교가 내게 준 것, 더 크게 보는 눈”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편정윤 학생은 시흥에서 나고 자랐다. 정왕동에 있는 함현초ㆍ중ㆍ고등학교까지 총 12년을 시흥 교육 시스템 아래서 성장했다. 학교가 끝나면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단지 내에 있는 보성 생명순환마을학교로 향했다. 당시는 그게 당연한 일이었다.
“계기도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웠어요. 초등학교 6년 내내 마을학교를 다녔거든요. 맞벌이 하시는 부모님들이 많았으니까. 친구들도 대부분 거기 있었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지역이 아이들을 품어내는 돌봄시스템의 일종이었다고 편정윤 학생은 말했다. 먹고, 놀고, 배우는 모든 과정이 그곳에서 이뤄졌다. 학교에서 경험할 수 없는 새로운 학습 프로그램을 아이들은 스펀지처럼 흡수했다. 교육과 지역의 것이 적절히 혼합된 현안을 마주하고 스스로 해답을 도출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는 생각하는 법을 배웠다.
“시간이 좀 지났지만 배우는 모든 순간이 즐거웠던 것 같아요. 미술수업에서도 친구들과 창작물을 만들었고요, 지역 전통놀이 시간도 있었는데 학습 개념이 아닌 놀이의 개념이 강했죠. 하지만 스스로 사고하고 협업하는 거의 최초의 경험이었다고 할 수 있을 거예요. 이때 독서습관도 많이 길러졌고요”
서울대 첨단융합학부 입학을 앞두고 편정윤 학생은 또 다른 출발선에 서 있다. 그는 입시의 터널을 지나면서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던 비결로 ‘더 크게 보는 눈’을 들었다. 목표를 완수하면서도 그것에 매몰되지 않는 것, 마을학교에서 뿌려진 ‘전인적인 교육’의 씨앗의 흔적이다.
“배우는 것의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정말 소중한 경험입니다. 당장은 모르지만 그것들이 나를 자라게 하거든요. 그래서 시흥마을학교가 더 많은 아이들을 품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