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려받은 역사를 품다: 인천시립박물관, 상반기 유물 392점 기증받아

인천의 삶과 기록, 박물관에 담기다

(한국소통투데이 통신사=김동현 기자) 인천광역시 시립박물관은 2025년도 상반기 동안 개인 16명과 기업 1곳으로부터 총 125건, 392점의 유물을 기증받았다고 밝혔다. 이번에 기증된 유물들은 인천 시민들의 생활사 자료를 비롯해 석모도에 거주한 순천 박씨 가문과 백령도에 거주한 영암 최씨 가문의 고문서, 정휘량 묘 유물, 시인이자 공무원이었던 장현기 선생 관련 자료 등 다양한 시대와 분야를 아우르는 소중한 기록들로 구성돼 있다.

 

기증 유물 가운데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백령도 거주 영암 최씨 집안에서 나온 고문서다. 기증자 최영석 씨가 기증한 이 자료에는 18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까지 작성된 호적 문서, 교지, 매매 문서 등 100여 점이 포함돼 있다. 이 중 60점이 넘는 호적 문서는 조선 후기부터 일제강점기 초기까지의 호적 문서 변화 양상을 보여주는 귀중한 사료로, 한 가문의 역사를 통해 당시의 사회 구조와 가족 관계를 살필 수 있는 높은 학술적 가치를 지닌다.

 

또한 석모도에 거주한 순천 박씨 가문의 고문서 자료도 눈길을 끈다. 박송우 씨가 기증한 이 유물은 기증자의 할머니가 장롱 속에 보관해 온 문서들로, 19세기 후반의 교지, 족보, 혼례문서인 납폐서 등이 포함돼 있어 석모도 지역 일가의 삶을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인천 문학계 인사였던 장현기 시인(1934~2022) 관련 유물에는 유희강, 부달선, 장인식, 박세림 등 인천 예술계 원로들의 작품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특히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박세림, 우문국 등 인천 출신 예술가들이 보낸 연하장을 모아 병풍으로 만든 유물은 장 시인의 교류 관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다양한 예술가들의 글과 그림을 하나의 공간에서 감상할 수 있는 독특한 예술품으로 평가받는다.

 

이와 함께 영일정씨 승지공파 종친회에서 기증한 정휘량 묘지석 등은 인천 지역 주요 가문들의 유산을 시립박물관이 체계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 외에도 유성룡의 간찰, 인천 노포 ‘경동 월남상회’ 관련 자료, 1955년 한국상업은행 인천지점 이전 기념사진, 린나이코리아에서 기증한 1980년대 가스레인지, 1990년대 인천 학원의 수강증 등 시민의 삶과 시대상을 보여주는 다양한 유물들이 함께 기증됐다.

 

김태익 인천시 시립박물관장은 “유물 기증에 참여해 주신 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기증된 유물들은 각각의 사연을 품고 있기에 금전적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의미가 있다. 앞으로도 박물관은 이 유물들의 가치를 더욱 빛내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시립박물관은 인천의 역사, 문화, 생활과 관련된 가치 있는 유물의 기증을 연중 상시로 받고 있으며, 기증된 유물은 심의를 거쳐 박물관에 영구 보존된다. 일부 유물은 이듬해 ‘기증자 명예의 전당’에 1년간 전시된다. 유물 기증 관련 문의는 전화(032-440-6743) 또는 전자우편(youmool@korea.kr)으로 가능하다.